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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기동전사 건담 00P

기동전사 건담 00P FILE No.10 CHALL ACUSTICA

by M9A2 2021. 12. 21.

 

 "샬,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어느 날 갑자기 루이도가 샬에게 말을 걸었다.

 

 정식으로 제2세대 건담의 개발이 종료되고 벌써 몇 주가 경과했다. 현재 개발계획은 실제로 무력개입에 사용할 제3세대 건담의 설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메카닉인 이안은 전보다 더 바빠졌지만 반대로 루이도를 비롯한 건담 마이스터들은 시간이 남아돌고 있었다.

 

 메카닉 능력을 가진 루이도도 이안이 온 다음부터는 완전히 그에게 맡겨버렸다. 이안을 도료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어쩌면 베다가 이안과 접촉할 수 있도록 판을 짠 건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건담 개발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정했으니까. 그것도 끝났고. 그러니까……슬슬 그~ 그거라고."

 

 루이도는 좀처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겉돌고, 겉돌고만 있었다.

 

 샬은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지었다. 더 나이 많은 남자지만, 루이도가 정말 '귀여운' 존재로 보였다. 샬은 스스로 구원의 손길을 건네기로 했다.

 

 "슬슬 마레네 씨하고 결혼하려는 거죠. 루이도 씨, 축하드려요."

 

 "엇……으응."

 

 루이도는 놀라고, 그러면서도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루이도는 샬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루이도는 인간관계, 특히 여성이 얽힌 것은 정말 서툰 분야였다. 하지만 자신이 마래네와 결혼하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마이스터끼리의 인간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상냥함을 가지고 있어요……그러니까 나는……)

 

 샬은 두 사람의 결혼을 마음 깊숙이서 축복하고 싶었다. 그 마음에 거짓은 없다. 슬픈 마음이 전혀 없냐면 그것도 아니었지만……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을 때는 침울 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의 결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샬은 무의식적으로 루이도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뭐야 '감사합니다'라니, 나한테 감사를 받을만한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실히 그렇네요."

 

 샬은 스스로도 어째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몰랐다.

 

 그저, 기뻤다.

 

 루이도와 마래네가 결혼해서, 행복해진다는 것이.

 

 그리고 그 보고를 루이도가 자신에게 해 주는 것이…….. 행복해하는 루이도의 얼굴을 보는 것이.

 

 "그래서, 결혼식은?"

 

 샬의 물음에 루이도는 진심으로 놀라며 표정을 바꿨다.

 

 "겨, 결혼식?"

 

 "네, 저도 초대해 주실 거죠."

 

 "잠깐만, 우리는 온 세상에 싸움을 걸려고 하는 극비 무장조직의 멤버라고. 결혼식 같은 그런 걸 해도 좋을 입장이 아니잖아. 분명 마레네도 '필요 없어'라고 할걸."

 

 "안 돼요!"라 샬이 외쳤다. "절대 안돼요!"

 

 여성에게 있어 결혼식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물론 마레네에게 물으면 당연히 '필요 없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마레네의 성격으로 비춰보면 그것은 진심일 것이다. 사양하는 것이 아니겠지.

 

 하지만, 해주면 반드시 기뻐할 것이다.

 

 "반드시 하세요. 맞다,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으니까 거기서 하죠. 친한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물론 친척이나 친구 같은 조직 바깥의 사람들은 초대하지 못하겠지만……."

 

 샬은 이미 결혼식 일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 그것이 정말 기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곳은 샬이 어느 임무 도중에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다. 지상, 인혁련 령에서 벗어난 사람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숲 속.

 

 시야 가득히 벚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딱 좋은 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해 기분 좋은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리며 모든 공간을 덮고 있었다. 자연이, 인간들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닌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었다.

 

 분쟁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공간. 분쟁 속에서 살아가는 건담 마이스터에게 있어 가장 관계없는 장소, 그렇기에 그들의 결혼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그곳에 샬, 루이도, 마레네 셋이 와 있었다. 다른 친한 멤버들, 이안과 모레노는 일 때문에 오지 않았다.

 

 또 한 사람의 마이스터, 건담 마이스터 874는 애초에 초대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말을 걸자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제가 그곳까지 여러분들을 모셔다 드리죠. 소형 비행정을 준비하겠습니다."

 

 여전히 모니터 너머였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조직의 소형 비행정 사용 허가는 마이스터 874가 베다에게서 받아냈다.

 

 도착하자 마이스터 874는 모니터 너머로 기내에 남겠다고 말했다.

 

 "알았어. 네가 조종해줘서 다행이야. 고마워."

 

 루이도가 감사를 전하자, 모니터 속의 마이스터 874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아니요, 마이스터 중 한 사람으로, 그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는 것은 저에게 있어 권장되는 것이니까요."

 

 그러한 비 인간성이야 말로 마이스터 874 다움이다. 평소라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는 누구도 악의를 느끼지 못했다. 마이스터 874는 마이스터 동료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으니까.

 

 "루이도, 마레네……"

 

 마이스터 874가 말을 덧붙였다.

 

 "두 분 모두……결혼 축하드립니다."

 

 그때, 마이스터 874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워."

 

 루이도와 마레네는 크게 미소 지으며 마이스터 874에게 답했다.

 

 "그러면, 시작해볼까."

 

 마이스터 874를 기내에 남겨둔 채, 셋은 흐드러지는 벚꽃의 세계에 섰다.

 

 결혼식이라 해도 딱히 특별한 의식을 치르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교회도 없거니와 웨딩드레스도 없었다.

 

 벚꽃 말고는 폐허가 된 작은 건물 하나뿐이다.

 

 극비조직에 소속된 그들은 행동 하나하나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이번처럼 임무 이외에 외출하는 것 자체가 특례인 것이다. 결혼식 준비를 위한 쇼핑 같은 것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시작한 다곤 해도, 뭘 하는 건데?"

 

 이번 결혼식의 주역인 마레네는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사전에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그저 '결혼식 같은 것'을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마레네, 이런 상황이라 반지 같은 세련된 건 준비하지 못했어. 하지만 대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루이도가 마레네에게 다가섰다.

 

 마레네는 다가온 루이도에게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살마 반지 대신 키스를 하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부끄러운 것을 하려는 것은 틀림없었다. 평소처럼 적당한 말을 하고 얼버무리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눈앞에 멈춰 선 루이도의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의외로 멋진 남자네.)

 

 이것을 그대로 입에 올리려고 했을 때는 눈앞에 서있던 루이도의 손이 자신의 목을 만지고 있었다.

 

 "......!"

 

 거기에는 마레네의 자유를 빼앗고 있던 폭발물 목걸이가 있었다. 베다가 '배신 방지'를 위해 채운 것이었다.

 

 루이도는 그 목걸이를 아무 말 없이 풀었다.

 

 "어."

 

 하고, 마래네의 입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베다의 허가는 받았어. 너는 이제 자유야. 반지를 끼워줄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너를 묶어두고 있단 목걸이는 내가 빼줄게."

 

 베다에게는 감정이 없다. 사랑이나 연심을 위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이번 일에는 조건이 있었다.

 

 마레네를 건담 마이스터로부터 배제한다. 그뿐이었다. 그것을 조건으로 루이도는 마레네의 목걸이를 뺄 수 있도록 베다의 허가를 받았다.

 

 "쓸모없는 짓을……마이스터가 아닌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다는 거야."

 

 마레네는 기뻤지만, 반발도 있었다. 남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하는 것은 마음애 들지 않았다.

 

 "제멋대로라 미안해. 하지만 너는 너로서 살아 주었으면 해. 혹시 마이스터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것도 너의 자유지만, 우선은 한 사람의 인간인 너로 돌아가 줘."

 

 마레네는 자신이 건담의 부품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루이도는 우선 그것을 부정했다. 서투른 방식이었지만, 그만큼 루이도의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부탁이 있어. 한 사람의 인간인 너에게 부탁할게. 나와 결혼해 줘."

 

 마레네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을 위해 이곳에 왔고, 이미 마음은 정해졌을 텐데……

 

 하지만 말로는 대답하지 못해도, 그 뺨을 흐르는 눈물이 대답 그 자체였다.

 

 (지금부터 나는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거야. 그러면 어물거리고 있어서는 안 돼. 이 마음을 제대로 전해야 해.)

 

 

 마레네는 필사적으로, 그리고 겨우 말을 이었다.

 

 "네, 나의 루이도."

 

 그 순간, 루이도는 마레네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모든 것을 축복하듯 벚꽃잎이 흩날린다. 그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며,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지켜보는 샬에게는 쓸쓸하고, 슬프고, 울적한 것이었다.

 

 "꼭……"

 

 샬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벚꽃처럼 무언가가 아름답게 흩날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불쾌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바꾼다 해도 이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이 자신에게 있어서도 행복한 것이라 단언할 수 있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몇 년 뒤.

 

 제3세대 건담의 설계가 끝나고, 조립이 진행되고 있었다.

 

 루이도와 마레네의 사이에서는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진짜 이름과 조직 안에서의 이름이었다.

 

 그렇다.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조직에 속하게 된 것이다.

 

 펠트 그레이스.

 

 조직 안에서의 이름은 그렇게 붙여졌다. 루이도와 마레네, 그리고 샬이 상의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차음에 샬은 아이의 이름 붙이기에 참여하는 것을 사양했지만, '반드시'라는 간곡한 부탁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소에 펠트는 조직의 보육시설에서 자랐다.

 

 솔레스탈 빙은 거대한 조직이다. 조직 중에는 가족 모두가 몸담고 있는 멤버도 있었다.

 

 부모가 모두 건담 마이스터인 펠트는 조직 안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곳에선 '소년병을 양성'하는 일은 없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교육을 받게 하고 장래를 (어느 정도의 제약은 있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했다.

 

 마레네는 마이스터를 그만두는 길을 택했지만 현재도 '예비 마이스터'로서 베다에 등록되어 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싸우게 될 테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일과는 펠트와 함께 지내고, 그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샬도 똑같았다.

 

 아직 제3세대 건담은 건조 중이며, 마이스터가 나설 자리는 없는 형편이다. 마이스터 중 루이도 만은 메카닉이기 때문에 매일 이안이 있는 팩토리로 찾아가 제3세대 건담 개발에 종사하고 있었다.

 

 "뭐, 남자인 내가 있어도 애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

 

 루이도의 변명이다.

 

 "거기다 펠트는 엄마가 둘이나 있으니까. 나 같은 건 나설 자리도 없겠어."

 

 "확실히. 너보다는 펠트 쪽이 훨씬 펠트의 부모 같으니까."

 

 웃으며 대답하는 마레네에게, 샬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저 가족으로서 대해주는 두 사람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루이도는 육아에서 도망치는 듯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최대한 펠트와 함께 있으려 했다.

 

 "이번 건담은 굉장하다고~"

 

 하지만 이제 막 말문을 튼 어린 펠트에게 건담 개발 이야기를 들려주는 광경에는 샬도 '이건 좀 어떨런지' 라며 쓴웃음이 지어졌다. 펠트가 커서 모든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기밀 엄수 의무 위반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냥 딸바보'인 것으로 끝나지는 않겠지.

 

 "알겠지 펠트. 나드레라는 건담한테는 엄청난 비밀이 있어~ 실은…...털이 나 있다니깐!"

 

 그런 샬의 걱정은 상관없다는 듯 루이도는 펠트를 안아 올리고 열심히 말을 걸었다.

 

 "샬……"

 

 웃으며 보고 있던 샬에게 마레네가 말을 걸어왔다. 그 말의 톤은 무거웠다. "샬 너, 무력개입이 시작된 다음에도 마이스터를 계속할 거니?"

 

 애초에 '건담의 개발'을 위해 스카우트된 샬은 '무력개입'에 참가할 예정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이스터로서 조직에 남는다면, 스스로 건담에 타고 스스로의 손으로 무력개입을 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사람을 죽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루이도가 처음으로 실전에 참가했을 때의 일 기억하고 있지?"

 

 "......네."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어느 날, 적을 쓰러뜨리고 크룽테프로 돌아온 루이도는 샬 앞에서 평소와 같은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큰 대미지를 줬다. 샬이 보기에도 그것은 명확했다.

 

 "너, 자신이 루이도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마레네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저 건담만을 만들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이유야?"

 

 마레네가 예리한 시선을 보냈다. 샬은 무심코 진심을 말했다.

 

 "루이도도 제3세대 건담 마이스터를 맡으려는 모양이고, 그러니까 저도 건담으로……"

 

 샬의 말은 도중에 끊겨버렸다.

 

 갑자기 마레네가 샬을 끌어당기고, 껴안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상냥한 여자구나. 날 대신해 전장 에서 루이도를 지키려는 거였겠지. 구건 내 역할이야. 그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나갈 거야."

 

 "하지만 마레네, 펠트가……"

 

 "뭐야, 난 루이도를 구해내지 못할 거란 뜻이야?"

 

 "그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샬을 끌어안고 있던 마레네가 더욱 힘을 줬다. 샬은 강하게, 강하게 껴안겼다. 마레네의 심장소리가 전해져 왔다.

 

 "샬, 너 자신의 길을 가는 거야. 싸우는 것과는 달라. 루이도나 나나, 펠트를 위해서 싸우는 건 안돼. 그건 잘못된 거야. 우리는 샬이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넌 다른 삶을 살아야 해."

 

 "......다른 삶."

 

 "싸우지 않더라도 평화를 위한 일은 할 수 있어. 살아서, 살아남아서, 분쟁이 사라진 세상을 지켜보도록 해."

 

 "......"

 

 샬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레네의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은 약하다. 마레네는 '상냥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인간으로서 봤을 때 '나약함'아라고도 할 수 있다.

 

 "오, 팰트 엄마 둘이 껴안고 있는데. 둘 다 왜 그래?"

 

 루이도가 둘에 눈치채고 말을 걸어왔다. 무거운 분위기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무 딸바보가 되지는 말도록 해. 부끄러우니까."

 

 "괜찮잖아. 지금 이때 만이라도 평화를 즐기자고."

 

 루이도가 미소를 지으며 마레네에게 답했다.

 

 그 순간 샬은 루이도의 강한 각오를 눈치챘다. 그는 현실이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싸움에서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도. 나아가 자기 자신도 싸우던 도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그래도, 설령 가족의 미소를 볼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인류 전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분쟁 근절을 위해 한 몸을 불사르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무력개입이 시작하기 전에는 주어진 사간을 최대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굉장하구나, 루이도는.)

 

 샬은 그만한 각오는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들만 행복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단지, 이 한때의 평화가 가능한 한 오래 계속되면 좋을텐데.)

 

 샬은 그것을 마음 깊숙 이서 바랬다.

 

 하지만 샬의 마음은 하늘에 닿지 못했다. 평화로운 일상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인혁련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한 테러.

 

 그 정보가 마이스터들에게 전해진 것은 테러가 일어나기 이틀 전이었다.

 

 "다수의 모빌슈츠가 투입된다나 봐."

 

 "이건 테러도 아니지, 전쟁이야."

 

 루이도와 마레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이러한 대규모 테러에 대한 베다의 결정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

 

 "사전에 알고있었다면 우리가 막아야죠. 당연하잖아요?"

 

 샬의 말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베다에 대한 분노였다. 이 테러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솔레스탈 빙이 표면적으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오리아 계획은 제3세대 건담의 완성을 기다린 후에 발동된다.

 

 하지만 테러를 방치하면 그만큼 많은 인간이 죽고 다칠 것이다.

 

 "이만한 규모의 분쟁이 일어나는 걸 손가락 빨면서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무력을 통한 분쟁 개입을 내세운 주제에 어처구니가 없어."

 

 점점 입이 거칠어진다. 모두의 입이 거칠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것은 알고 있었지만……

 

 "베다는 이번 사건이 계획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야."

 

 베다는 모든 것을 계산으로 판단한다.

 

 이번 테러는 AEU에서 개발된 헬리온 십 수기를 테러리스트가 입수, 그것을 궤도 엘리베이터에 충돌시키려는 모양이다.

 

 최악의 경우 궤도 엘리베이터가 무너져내리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

 

 베다는 수많은 정보를 검토한 결과 이번 테러가 AEU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사용되는 것이 AEU내에서도 비교적 최신형 기체라는 것, 그것이 대량으로 갖추어져 있다는 것도 근거 중 하나였지만, 결정적인 것은 타 진영의 엘리베이터 개발을 방해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AEU는 궤도 엘리베이터 개발에서는 뒤쳐지고 있었다. 시작부터 뒤쳐졌던 것이 크나큰 격차가 되었다. 이후 시작될 우주개발에서는 얼마나 뒤처지게 될 것인가.

 

 그래서 AEU는 인혁련의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한 테러를 일으켜 그 완성을 늦추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엘리베이터가 쓰러질 정도의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궤도 엘리베이터는 고 궤도 링과 저궤도 링, 이 두 가지의 링으로 연결되어있다. 이것은 세 엘리베이터의 강도를 지탱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강고히 하는 동시에, 한 대가 무너지면 다른 두 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인혁련의 엘리베이터가 쓰러진다면 AEU의 엘리베이터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억지력이 된다면 이번 테러가 궤도 엘리베이터 자체를 파괴하는 규모로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샬은 반론했다. 모든 것은 AEU가 뒷배에 있다는 전제로 한 추론일 뿐이다.

 

 확실히 사용되고 있는 헬리온의 숫자를 생각하면 AEU과 관계되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아니라면. 설령 베다의 예측이 맞았다고 해도 전투 중 엘리베이터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혹시 궤도 엘리베이터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대량의 파편이 낙하한다. 엘리베이터 주변의 피해는 물론, 지상과의 충돌로 발생할 먼지로 인한 피해는 인간을 멸망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지금 그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샬의 그 말은 다른 마이스터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입을 연 것은 루이도였다.

 

 "요는 건담의 존재와 조직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으면 된다는 거지."

 

 베다는 사전에 조직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혹시 그렇게 되면 계획을 크게 수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베다는 테러 방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건 어떨까?"

 

 루이도는 설명을 시작했다.

 

 전투 중에는 건담이 내뿜는 GN입자의 영향으로 외부로 정보가 새어나갈 일은 없다. 이것은 지금까지 실시한 시험적 무력개입으로도 증명되었다.

 

 문제는 쓰러뜨린 적의 기체다.

 

 빔 라이플이나 빔 사벨 같은 현용 기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비를 사용한다면 잔해에 흔적이 남는다. 그것을 나중에 조사한다면 건담이라는 초병기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 된다. 지금까지는 적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도 했고 잔해도 곧바로 비밀리에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의 숫자가 너무나 많다. 기다가 인혁련의 진형 한가운데에선 자유로이 행동하기도 힘들다.

 

 "플루토네가 미션의 핵심이야."

 

 즉 이런 것이다.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적을 끌어들인 뒤, 풀루토네의 허리에 위치한 GN콘덴서를 폭주시킨다. 플루토네의 이 콘덴서는 건담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것이며 저장할 수 있는 입자량도 차원이 달랐다.

 

 GN입자는 원래라면 거의 무해하지만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대량 방출되기 시작하면 적 기채의 컴퓨터를 교란시켜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컴퓨터에 남은 흔적은 빔 병기의 흔적과는 다르게 해석은 거의 불가능하다.

 

 잘만 되면 적을 하나도 죽이지 않고 테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거 위험한 건 아니겠지. 샬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마래네가 샬을 걱정한다.

 

 "플루토네에게는 코어 파이터가 있어. 폭주와 동시에 샬은 코어 파이터로 탈출하는 거야."

 

 루이도는 건담 타입에게는 애초에 GN입자에 대한 실드 처리가 되어있다는 것을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특수한 상황에서 GN입자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어. 위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플루토네가 적을 잡아두고 있는 동안 아스트레아는 실체검인 프로토 GN소드를 사용해 엄호한다.

 

 그다음, 적이 전멸한 뒤 플루토네로 돌아와 소체와 합체한 뒤 회수하면 모두 끝난다. 그때 플루토네의 본체는 GN입자가 쌓여있는 상태일 테지만 전투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정도는 태양로를 탑재한 코어파이터와 합체한 상태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플랜은 메카닉인 루이도 다운 것이었다.

 

 "저 할게요. 반드시 하겠어요."

 

 (이거라면 나약한 나라도 분쟁 근절을 위해 싸울 수 있어.)

 

 아무리 샬이라도 한 사람의 사망자도 내지 않고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지닌 이 미션은 그녀에게 있어 이상적인 미션이었다.

 

 "저, 이 미션을 끝으로 마이스터를 관두려고요. 그러니까 협력해주세요!"

 

 샬은 요 며칠 동안 생각해온 것을 말했다. 자신에게 루이도만한 각오는 없다. 마레네가 말한 대로 마이스터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도 할 수 있는 미션과 만난 것 같아요. 해보자고요!"

 

 루이도가 샬의 말에 강하게 동의했다.

 

 "이렇게 됐으니까 마이스터 874도 끌어들이자."

 

 "엣."

 

 샬과 마레네가 동시에 놀랐다.

 

 "그녀도 마이스터잖아. 사달수드로 출격해달라고 해서 전장의 데이터를 수집, 그리고 만에 하나의 경우에 기체 회수를 부탁하려고."

 

 루이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마이스터 874가 평범한 마이스터가 아니라는 것은 루이도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마이스터 874가 알게되면 베다도 알개 될 것이다. 그럼 에도 '동료'로서 협력을 구하려는 것은 무척이나 그 다웠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러면……나도 출격하겠어."

 

 "그건……"

 

 마레네의 말에 루이도가 주저했다.

 

 "맞아요, 마레네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펠트는 어쩌고요?"

 

 "샬,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펠트는 슬퍼할 거야. 그 애는 상냥해. 아빠의 피를 정말 강하게 물려받았나 봐. 이번에는 나도 나가겠어. 기수열외는 사양할게. 아블홀은 날개에 마운트 할 수 있는 통상 미사일 포트를 사용하면 문제없을 거야."

 

 아무도 마레네를 말릴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좋아, 이안이랑 모레노도 끌어들이자."

 

 루이도는 마치 피크닉 초대라도 하는 듯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곧바로 말을 걸어보자 루이도가 세운 미션에 대해 메카닉인 이안은 확실히 보증했다. 전 AEU 메카닉이었던 그는 이번 적인 헬리온에 대해 숙지하고 있었다. 그도 헬리온 개발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고생해서 만든 비행 대응 기체지만……건담이라면 문제없겠지. 괜찮을 거야. 물론 건담의 정비도 맡겨줘, 미션 때까지 만전의 상태로 만들어 놓겠어."

 

 한 편, 의사인 모레노는 멤버들 중 유일한 반대 입장이었다.

 

 "입자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 자칫 잘못하면 그 자리의 모두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

 

 그렇게 말한 모레노도 샬을 비롯한 모두의 결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녀와. 대신 살아 돌아오라고. 살아만 있다면 내가 어떻게든 해 줄테니까!"

 

 출격 전과 출격 후, 양 쪽 모두에서 든든한 아군을 얻은 마이스터 들은 마지막으로 건담 마이스터 874에게 계획을 털어놓았다.

 

 모니터 속의 그녀는 루이도의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대답했다.

 

 "베다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계획 실행은 가능합니다."

 

 베다의 제지를 뿌리쳐서라도 미션을 진행하려던 그들에게 그것은 무엇보다도 좋은 소식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궤도 엘리베이터는 바다 위에 건설되어 있었다.

 

 그 위치야말로 적대하는 AEU의 기체를 비행 대응형으로 진화시킨 하나의 요인이었다. 한편 똑같이 비행 대응형을 보유한 유니온은 세계의 경찰로서 각국에 군대를 파견시키기 위해 이동이 편리한 비행 대응형이 필요해진 것이다.

 

 인혁련은 엘리베이터 방어에 다수의 판통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 분쟁>의 주된 적인 중동군의 해상 모빌아머와는 호각 이상으로 싸워낸 판통도 상공으로부터 접근하는 헬리온 앞에서는 무력했다. 대공 전투 장비로 응전한다 해도 그저 상공을 향해 포격하는 것뿐인 상황에서는 모빌슈츠로서의 우위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제길, 최종 방어 라인을 돌파당했다!"

 

 인혁련 판통의 파일럿이 그렇게 외쳤을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센서가 블랙아웃된 것이다. 외부 카메라 영상까지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이지!"

 

 통신도 끊겨버렸다.

 

 그는 기체의 고장이라 판단했다. 곧바로 콕핏 내 각종 장비의 체크를 실행했다. 그때, 운 좋게도 이 인혁련의 파일럿은 기체 바깥 상황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혹시 밖으로 나왔다면 그는 고속으로 비행하는 모빌슈츠와 헬리온의 전투를 목격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도 공격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쐐액!



 프로토 GN소드가 하늘을 갈랐다.

 

 그 순간 헬리온은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모든 센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순간이었다.

 

 "미션에 방해되는 코스 위의 녀석들만이면 돼. 그것 말고는 무시해!"

 

 아스트레아의 콕핏에서 루이도가 외쳤다.

 

 "알고 있어."

 

 대답한 마레네는 아블홀의 미사일을 다가온 헬리온에게 명중시켰다.

 

 아스트레아와 아블홀, 이 두 대는 플루토네가 GN콘덴서를 폭주시킬 포인트로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미션의 소요시간은 다 해서 1분도 되지 않는다. GN입자에 의한 센서 교란, 그 혼란이 끝나기 전에 플루토네를 이동시킬 필요가 있었다.

 

 샬은 필사적으로 플루토네를 몰았다.

 

 센서를 잃어 혼란에 빠진 헬리온 부대는 무시한다. 이동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코스의 적은 아스트레아와 아블홀이 격추시킨다.

 

 플루토네의 눈앞에는 하나의 길이 생긴 상태였다.

 

 "예정 포인트 도착!"

 

 샬은 곧바로 GN콘덴서를 폭주시켰다. 플루토네는 GN필드의 실험기였기에 허리에 대형 GN콘덴서를 장착하고 있었다. 플루토네의 콕핏 내에 경고음이 울린다. 몇 초 안에 콘덴서 내부의 GN입자가 뿜어져 나올 터이다.

 

 "코어파이터 이탈!"

 

 샬이 레버를 당겼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고장!"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필사적으로 냉정함을 유자하고, 패닉에 빠지는 것만큼은 피했다. 다시 한번 코어파이터를 기동시킨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하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콕핏 안에 울리는 경고음은 점점 커져갔다. 시선을 모니터로 향하자 콘덴서 안의 GN입자 레벨이 상정 수치를 아득히 넘기고 있었다. 이대로 기체 채 파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어째서!"

 

 곧바로 기체 시스템을 체크해 보았지만 이상은 없었다.

 

 이안의 정비에 실수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상위 조종계의 방해였다.

 

 "설마 베다……"

 

 하지만 베다는 미션을 허가했었다. 샬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크게 흔들었다. 지금은 범인을 추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탈출하지 않으면 샬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 것이다.

 

 "왜 그래!"

 

 루이도가 탄 아스트레아가 다가왔다. 마레네의 아블홀도 함께.

 

 "안돼, 오지 마요!"

 

 이것이 샬이 우려했던 일이었다. 자신에게 트러블이 생기면 분명 둘이 달려올 것이다. 하지만 둘을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탈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건가……아스트레아의 사벨로 기체를 잘라내겠어!"

 

 아스트레아가 허리에서 빔 사벨을 뽑아 든다. 이 시대의 모빌슈츠가 장비하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혹시 발각된다면 건담이라는 특수한 존자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루이도는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괜찮을 거야. 너는 우리가 반드시 살려서 돌려보내 줄게. 샬, 넌 살아남아야 하니까."

 

 마레네의 아블홀도 평소에는 격납된 상태인 머니퓰레이터를 전개했다. 그 끝에는 빔 사벨이 내장되어있다.

 

 "그만둬, 도망쳐!"

 

 모니터 표시로는 입자가 누출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건담 마이스터야! 가능할 거야!"

 

 "그래! 샬, 샤……"

 

 마레네의 말을 마지막까지 들을 수 없었다. 콕핏 안에 충격이 가해지고, 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그 순간 샬도 의식을 잃어버렸다.



 픽!



 플루토네로 부터 뿜어져 나온 강한 섬광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고, 한 순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다음 순간, 빛의 중심으로부터 한 대의 전투기가 나타났다. 기체는 일부가 크게 손상되어 있었다. 플루토네의 코어파이터였다.

 

 코어파이터는 마이스터가 조종 불가능 상태에 빠졌음을 감지하고 사전에 설정된 탈출 코스를 자동으로 나아간다.

 

 "코어파이터의 탈출을 확인."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 한 대의 건담, 사달수드에 탄 간담 마이스터 874. 그녀는 베다에 보고하기 위해 계속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테러리스트의 헬리온 부대 및 인혁련 부대의 기체는 입자의 영향으로 모두 정지. 테러방지 미션의 수행을 확인."

 

 이미 GN입자로 인한 빛의 소용돌이는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누출된 GN입자는 붕괴하여 평범한 포톤으로 변했다.

 

 마이스터 874는 사달수드의 강화된 센서를 플루토네가 있었던 장소로 향했다.

 

 "건담 아스트레아, 건담 아블홀, 건담 플루토네를 확인. 기체에 큰 손상은 보이지 않음. 마이스터는……"

 

 거기서 한 순간, 마이스터 874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 자신이 자신의 반응에 놀랐다.

 

 "......마이스터의 생체반응은, 없음."

 

 어째서 그저 사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곤란을 느끼는 것인가, 마이스터 874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검토는 나중이다. 미션은 예상 밖의 상태로 이행했다. 서둘러야만 하는 일은 많다.

 

 마이스터 874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 베다는 3대의 건담을 회수하기 위해 0 건담을 보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매우 신속한 대응이었다.

 

 그것은 마치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한 자가 있었다는 듯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기는……"

 

 샬이 눈을 뜬 곳은 병실이었다.

 

 바로 옆에서는 이안과 모레노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이안이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말하자 얼굴 전체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그 아픔이 샬의 기억을 급격하게 되살렸다. 그 때……테러 방지 미션에 임하고 있었다. 플루토네의 GN콘덴서를 폭주시켜 입자 해방을 개시했다.

 

 하지만 코어파이터의 탈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위해 루이도와 마레네가 다가와서……

 

 "......!!!!!!!!!!"

 

 무서운 기억이 되살아난다.

 

 "두 사람은?"

 

 자신은 살아남았다. 두 사람도 분명 괜찮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무서운 일이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그 둘은……"

 

 이안의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겨우 말을 이었다.

 

 "미안해, 내가 정비 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이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때문에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의 괴로움이 느껴졌다.

 

 "이안을 너무 탓하지 말아 줘. 그 뒤로 기체를 조사해 보았지만 정비불량은 발견되지 않았어. 이 녀석의 정비는 완전했어."

 

 "둘은……"

 

 샬은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머릿속이 너무 차갑다.

 

 이안과 모레노의 이야기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둘은……"

 

 샬이 그 말을 세 번째로 되풀이했을 때, 모레노가 무언가를 보여줬다.

 

 그것은 마레네의 머리 장식이었다.

 

 "둘은 대량의 GN입자에 노출되었어. 거의 즉사였다고 생각해. GN입자가 특정 상태에서 독성을 가진다는 걸 더 빨리 예상했어야 했는데……"

 

 둘은…...죽었다.

 

 그것은……사실이다.

 

 "둘 다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고,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았어."

 

 머리장식을 바라보는 샬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울어도 눈물이 멈출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며칠 뒤, 샬은 흘린 눈물만큼 마음에 휑한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다.

 

 이안은 샬에게 사고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세 대의 건담은 마이스터 874의 사달수드와 0 건담에 의해 회수되었다. 탑재되어 있던 태양로도 모두 무사하다.

 

 0 건담을 누가 조종하고 있었는지는 이안도 알 수 없었다.

 

 샬은 어떻게든 코어파이터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고농도 GN입자를 온몸에 쐬었다. 모레노의 검진에 의하면 온 몸의 세포가 서서히 변질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탈출시 코어파이터의 파손에 의해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

 

 미션의 목적이었던 인혁련 궤도 엘리베이터에 대한 테러방지는 성공했다.

 

 지금은 AEU와 인혁련 사이에서 정치적 거래가 오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지금의 샬에게 있어 의미 없는 사실이었다.

 

 세계도, 평화도 아무래도 좋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던 인간의 행복을 부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 만이 후회스러웠다.

 

 어째서 자신이 살아남고 만 것인가……어린 펠트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반드시 살아야 해, 샬."

 

 갑자기 마레네의 마지막 말이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어째서 마레네는 자신에게 '살아라'라고 말한 것인가.

 

 자신은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답은 간단히 나올 것 같지 않다.

 

 단지, 두 사람의 죽음을 무익한 것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마레네는 이전에 그녀에게 '샬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라'라고 말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샬은 계속 생각했다.

 

 며칠 전 샬은 루이도와 마레네의 유품을 인계받았다. 루이도가 즐겨 입던 검은 라이더 슈트, 그리고 마레네의 머리장식. 샬은 그것들을 가지고 기지 밖으로 나가 보았다. 안에만 있어도 답은 얻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오자 기분 좋은 바람이 느껴졌다. 이란 세계의 어딘가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 걸까, 가르쳐줘."

 

 가지고 나온 둘의 추억의 물건에 물어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손에 들자 샬은 마음 깊숙 이서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두 사람이 "언제꺼지 그러고 있을 거야." "일어나서 행동해야지.", 그렇게 말한 것만 같았다.

 

 "뭔가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무언가를 해야만 해."

 

 샬은 자신의 안에서 지금까지는 없었단 강한 마음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전에 샬이 루이도에게서 보았던 '각오'와 같은 것이었다.

 

 "솔레스탈 빙……나는 조직의 목표를, 변혁해 가는 세계를 바라보겠어."

 

 샬의 표정은 지금 까지 와는 달랐다. 그 눈은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서 둘의 유지를 잇는다.

 

 전투에 의한 분쟁 근절.

 

 샬이 전장에 몸을 던지는 것을 둘이 기뻐해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둘이 자신에게 싸움에 대한 결의를 준 것에는 틀림없다. 모두가 함께 만든 건담으로 싸운다. 그리고 분쟁이 근절된 미래를 만들어낸다. 둘이 남긴 펠트를 위해서……

 

 

 "약속할게, 나는 반드시 이 세계를 끝까지 지켜보겠어."

 

 이오리아가 생각해낸 이념은, 그때 샬의 안에서 이념보다 드높은 것으로 바뀌어갔다.

 

 루이도, 마레네, 샬. 그 제2세대 마이스터 들의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솔레스탈 빙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마이스터의 스카우트 담당, 그라베로 이어진다.